골퍼의 기도

그 어떤 것도 오늘
내 마음의 평온과 기쁨을
어지럽히지 못하도록 해 주소서.

첫 번째 티에서의 소동,
함께 치는 파트너와의 잡담,
내 뒤에서 참을성 없이 기다리는 사람,
그 어떤 것도 내안의 고요함을 흔들어 놓지 못하도록 해 주소서.

활짝 트인 하늘의 널찍함과
골프장의 생김생김을 온몸으로 느끼고,
이런 기후와 저런 날씨 속에서 그것들이 만들어내는
변화무쌍한 모습들을
하나도 남김없이 알알이 즐기도록 해 주소서.

다른 이가 플레이 할 때 옆에서 기다리는 동안
촉촉이 젖은 땅바닥의 냄새를 가득히 호흡해 들이고,
얼굴을 두드리는 바람의 감촉을 찬찬히 느껴 맛보며,
페어웨이 옆으로 흐르는 개울소리를
청명이 들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.

클럽헤드를 휘두를 때,
나 자신을 온전히 믿고 스윙하도록 해 주소서,
쓸데없는 생각이 끼어들어 근육을 굳게 하고 샷을 망치지
않은 채 자연스러운 스윙의 힘과 흐름을 느끼도록 해 주소서.

'활시위 한 번에 한 번의 삶'이라고 선을 닦는 궁사가 말했듯,
한 샷, 한 샷이 게임 전체인 것처럼
생각하게 해 주소서.

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미소 지을 수 있도록 해 주소서.
어떤 구속도 없는 곳에서
이렇듯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
아무나 누릴 수 없는 귀중한 행운을
맛보는 것이기 때문이오니,
점수와 시합의 승패는 잊어버리고
오직 매순간 플레이에만 몰두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소서.

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
점수가 좋았니 시합에 이겼니 하는 사실이 아니라
어떤 마음으로, 어떤 태도로 플레이 했는가 이기 때문이오니
(조셉 맥러클린, 골프의 선)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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